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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강일 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2)

조글로 潮歌网 2020-09-15

우리 문단 신선한 활력소! 추리소설 작가 허강일!

극작가, 시인, 기자로서의 허강일이 펼쳐보이는 숨막히는 드라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한치 앞도 내다 볼수 없는 운명의 대결! 지금 펼쳐집니다.


 화목련재


 허강일  장편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


6

공안국 왕뢰 국장은 요즘 밤잠을 설쳤다. 주회장의 죽음을 두고 의문을 금치 못했던 왕뢰였다. 항간에서도 타살이라고 쉬쉬하며 소문이 돈다고 들었다. 국장 발령 내려온 지도 석달이 넘었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내려온 곳이지만 실적이없으면 안됨을 잘 아는 왕뢰였다. 지난번 인질랍치사건도 허탕을 쳤다고 들었다. 분명 자기 앞에서형사경찰대장이 전화를 받는 것을 보았고 형사경찰대장이 직접 현장에 출두하는 것을 보았지만 혐의범들이 급습 직전에 현장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우연이 아니다. 분명 누군가가 정보를 흘렸다. 말하자면 공안국과 사회 악세력 사이에 얽히고 설킨리익관계가 있는 것이다. 하긴 선과 악이‘공존공생’ 하는 것은 불문율의 사실이다. 청도의 특수성을 볼 때 특수한 인물이 필요했다.

그는 공안경찰학교의 동기 동창 강호를 떠올렸다.

기층 파출소에서 소장을 맡고 있는 강호는 한국어와영어에 능숙하고 림기응변 능력이 뛰여나며 자기 주견이 강하고 수사능력이 뛰여나다. 기층 령도들과 자주 마찰이 생겨 출세의 길이 막힌능력자로 정평이 나있다.

왕뢰는 이런 실력파가 곁에 있다면 두려울 게 없을것 같았다. 시당위에서도왕뢰 국장의 의견을 전폭 지지하였다. 강호는 파격적으로부국장으로 승진되였다. 인턴기간은 반년이며반년 후 돌출한 업적이 있으면 정식 부국장으로 임명한다는 전제조건을 걸고 말이다.

 강호와 왕뢰는 대학 졸업한 후 15년만에 다시 만났다.

“왕국장, 주회장의 죽음은분명 문제가 있소. 그리고 이 안건때문에 이제 수많은 일들이 더 생길 것 같소.”

주회장의 죽음에 관한 조사보고를 며칠 동안 연구했던강호가 왕뢰에게 털어놓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왕뢰 국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주회장은 고리대를 놓았소. 물론 직접 놓은 건 아니지만…”

강호가 차물을 한모금 들이키며 말을 이었다.

“한 사람이 죽었다는 건 또 다른 사람도 죽을 수있다는 것이 아니겠소?”

“그럼?”

왕뢰가 차잔을 입에 가져가다 말고 내려놓았다.

강호가 입술을 깨물었다. 중대한 판단을 내릴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습관이였다.

왕뢰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강호의 실력을 너무나도 잘 아는 왕뢰였기 때문이다.

“당신 마음 대로 하라고. 당신은 부국장이야. 과감하게 일을 할 수 있어. 국장인 나와 똑같이 대하라고 회의에서 발표할 거야.”

왕뢰와 강호는 손을 굳게 잡았다.

경찰학교시절 격투, 유도, 사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언제나 1등과 2등을 다투던 두 사나이는 오늘 1인자와 2인자로 손을 잡았다.

“왕국장, 이 자리에 고파가 있으면 얼마나 좋겠소?”

강호가 왕뢰의 손을 잡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고파는 왕뢰와 강호의 경찰학교 동기 동창이자 학교에서‘3총사’로 유명했다. 료녕성 공안계통에서 강력계의 유명 인물로 크게 이름을날리다가 추락하였다.

사복차림으로 순찰을 나갔다가 길거리 상인을 호되게구타하는 도시건설관리 직원들에게 손을 댄 것이 화근이였다. 적당히 손을 보면 될 것을 도시관리 직원들이 승냥이 무리처럼 달려들자 그만 솜씨를 보였던 것이다. 몽땅 때려눕혔고 그중 일부는 뼈가 끊어져 중상해에해당했다.

강인한 성격으로 유명했던 고파는 잔성하기를 거부했고백성을 괴롭히는 놈은 모두 땅에 파묻어버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결국 고파는 공안계통에서 떠났고 사람들의 시각에서 사라졌다.

“아주 우수한 친구였는데 벌써 10년 동안 련락 없이 살았구만.”

왕뢰도 그 옛날의 친구를 그리며 상념에 잠겼다.

강호가 휴대폰 메세지를 들여다보며 왕뢰에게 말했다.

“건설은행 신용대출금과 안과장과 주회장의 마누라가만난다는 정보가 들어왔소.”

 왕뢰의 눈이 빛났다.

 “벌써 정보망을 풀었어?”

 강호가 수줍게 웃었다.

 “하여튼 대단해, 대단하고 말고.”

 호탕한 웃음소리가 방안에 기분 좋게 흘러넘쳤다.

 

7

강호의 출현에 제일 민감하게 반응한 건 바로 형사경찰대장마초였다. 수사능력은 수수하지만현지에서 출세한 인물이고 또 시정부와 시당위에 탄탄한 인맥관계를 갖고 있는 인물로 공안국의 실세로 꼽혔다. 많은 사람들이 마초가 부국장에 임명될 것이라고 예상하였고또 그런 설이 나돌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인사라는건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말이 맞았다. 마초가 축제의 샴페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강호라는 기층 소장이 덜컥 부국장에 올랐다.

“다 끝난 살인 사건을 가지고… 제길…”

주회장의 죽음을 자연사라고 자기가 결정을 내렸는데도타살인 것 같다며 수사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강호를 보면서 마초는 항상 마뜩잖았다.

출근 첫날에 강호는 마초를 찾았다.

“마대장, 저녁에 소주나 한잔 할가요?”

“그럽시다. 국장님과 한자리에 앉는 것도 좋은 일이지요.”

마초가 흔쾌히 대답하였다.

둘은 남들이 흔히 드나드는 자그마한 음식점에 갔다.

“앞으로 많이 부탁드립니다.”

강호가 겸손한 자세로 말했다.

“아니, 천만의 말씀을… 저는 전적으로 잘 모시겠습니다.”

마초가 허리를 굽석이며 대답했다. 입은 그렇게 말해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였다. 강호의 령도를 받는 것이 내키지가 않았다. 

마침 8.1절을 맞아 공안국 내부에서 무술시합을 벌리게 되였다. 왕년과 마찬가지로 총지휘를 맡은 마초는 선참으로 왕뢰국장을 찾아갔다.

“내가 보기에는 왕국장님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무술시합에참가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나도 필요하면 한번 나가보지뭐. 아직도 자신있으니까…”

왕국장이 몸을 풀 듯 움씰거리면서 말했다.

“왕국장님은 리사장판관으로 경기진행을 잘 감독해주시면됩니다.”

“알았소. 빈틈없이 잘 조직하기를 바라오.”

왕국장이 말했다.

며칠 후 무술시합 행사일정이 공개되였다.

“허허, 강호 국장은 마초 대대장과 대결하게 되였네.”

아침 중층 간부회의에서 무술시합 대결표를 보던 왕뢰국장이 허허 웃으면서 말했다.

“부하 직원한테 대결표를 짜라고 했더니만 그렇게 만들어왔네요.”

마초가 참 막무가내였다는 듯이 두손을 벌리며 웃어넘겼다.

강호와의 대결은 마초가 직접 그려놓은 그림이였다. 소림무술을 배웠던 마초는 무술로 강호를 제압하고 공안국내부에서의 자기의 권위를 굳히려 하였다.

“강호 부국장님, 살살 합시다. 한수 배우겠습니다.”

마초가 겸손한 어조로 말을 건넸다.

“나는 아마 엠브란스를 대기시켜야 될 것 같은데. 제발 이쁘게 봐주십시오.”

 강호도 재치있게 대답했다.

해빛이 재글거리는 주말 오후, 격투복 차림의 경찰들의 무술시합이 공안국 뒤마당 롱구장에서벌어졌다. 오늘따라 더욱많은 경찰들이 모인 것은 공안국의 실세인 마초와 새로 온 키 작고 다부진 강호 부국장 사이의 대결을 보기 위해서였다.

재판의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자 격투가 시작되였다. 코끼리와 사슴의 싸움이라고 해야 할가? 체격상으로 너무가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의 대결을 보면서많은 사람들은 마초가 강호를 크게 제압할 것이다고 예측했다.

아니나 다를가 마초의 공격은 거셌다. 단꺼번에 잡아서 메여꽂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듯이마초는 주먹과 발을 빗발치듯 날리면서 몰아붙였다. 한대만 맞으면 쓰러질 것 같은 공격태세에 다들 너무나도 긴장하여 숨이 막힐 지경이였으나 강호는 나비처럼이리저리 몸을 날리며 용케도 피해갔다. 몇번의 공격으로단 한번도 강호를 때리지 못한 마초는 공격을 멈추고 숨을 헐떡이였다.

 강호는 그 틈을 타서 급소를 찌를가 생각하다가 멈추었다. 가만히 서있는 상태에서 급습했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였다. 강호는 얼핏 주석대에 앉은 왕뢰 국장을 바라보았다. 왕뢰 국장은 마초의 빗발치는 공격을 피해낸 그의 몸놀림에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강호는 공격태세를 취했다. 마초의 실력을 보니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강호는 마초의 아래우를 쓸어보다가 벌처럼 날아들어갔다. 겁도 없이 날아드는 강호를 보면서 마초는 피씩 웃었다. 마초의 가장 강력한 한방은 바로 감아치기이다. 감아치기에 얻어맞고도 멀쩡한 사람을 여지껏 못봤다. 최소한 실신하거나 아니면 이발이 두석대 부러진다.

 강호의 얼굴이 마초의 사정권에 들어왔다. 마초는 오른손을 날렸다. 마초의 오른손은 정확하게 강호의 작은 얼굴로 향했다. 마초의 주먹이 얼굴에 닿으려는 순간 강호는 원숭이처럼몸을 낮추었다. 롱구공 같은주먹이 바람소리를 내면서 머리 우를 휙- 스쳐지나갔다. 균형을 잃은 강호는 몸 중심이 오른켠으로 쏠렸다. 마초가 중심을 바로 잡으려는 순간 강호가 왼쪽 주먹을날렸다. 반원을 그리며 날아온 주먹이 면바로 마초의 오른쪽턱에 닿았다.

“쿵!”

커다란 통나무가 넘어지듯이 마초가 쓰러졌다.

장내에서는 함성이 터졌다. 타이슨泰森의 핵주먹과도 같은 한방을 보았던 것이다. 누워서 헐떡이던 마초가 울부짖으며 일어났다. 마초는 야수 같은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휘둘렀다. 마초의 주먹은 빗발치듯 강호의 눈앞에서 휘날렸다. 한방에 때려눕힐 듯 휘두르는 주먹인지라 빈틈이 보였다. 강호는 마초를 피해 한발작 물러섰다가 왼손으로 얼굴을막으며 마초의 복부를 직타하였다. 낮은 자세로내찌른 주먹은 마초의 명치 끝에 꽂혔다.

“윽!”

마초가 짧은 비명소리를 지르며 가슴을 안고 물러앉았다.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강호는 재판관과 주석대에 경례를 올린 후 마초에게손을 내밀었다.

“얏!”

손을 내밀던 마초가 불시로 강호의 두다리를 잡고 번뜩쳐들었다.

재판관이 반칙이라고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시합은 안 끝났어!”

마초가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마초는 강호를 쳐들고 빙빙 돌다가 멀리 내던졌다. 추호의 준비도 없었던 강호는 흙덩이처럼 굴러떨어졌다. 떨어지는 순간 몇바퀴 돌다가 충격을 줄였지만 땅에먼저 대인 어깨는 큰 충격을 받은 듯 아파났다. 강호는 통증이 느껴오는 어깨를 붙잡고 일어났다. 눈에서는 불길이 펄펄 타올랐다. 직속 상급에게 이런 무례한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은거의 없다. 자기를 상급으로인정하기 싫다는 말이기도 하였다. 시합의 목적이자기를 망신주기 위함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강호는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주석대에 앉은 왕뢰 국장을 힐끔 바라보았다. 왕뢰 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름놓고 해보라는 신호였다. 주먹으로 말하는 자는 반드시 주먹으로 다스려야 한다.

“한번 제대로 붙어봅시다.”

강호가 랭소를 날렸다. 자기 스스로도 너무 과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닌가 느꼈는지마초의 얼굴에 후회의 표정이 약간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간이였다. 어차피 엎지른 물인데 갈 데까지 가보고 볼 판이였다.

마초는 만단의 준비로 방어태세를 취하며 강력한 한방을날릴 수 있는 기회만 노렸다. 마초의 생각을읽은 듯 강호가 원숭이처럼 이리저리 뛰면서 마초의 주의력을 분산시켰다. 강호의 공격으로 두번이나 무너졌던 마초는 강호의 주먹이 언제 어떻게 날아올지 몰라 강호의 두손에만신경을 집중시켰다.

“휘- 익!”

강호가 불시로 몸을 돌리며 뒤발을 날렸다. 발은 무지개처럼 포물선을 그으며 정확하게 마초의 관자놀이에떨어졌다. 마초가 몸의평형을 잃고 휘청거렸다.

“얏!”

마초가 비틀거리며 몸의 평형을 잡는 순간을 기다렸다가강호가 몸을 날렸다. 온몸의 체중을발끝에 실은 강호의 두발은 로케트처럼 날아가 마초의 가슴에 기둥처럼 박혔다.

“쿵!”

마초가 몇메터 밖으로 굴러넘어졌다. 열렬한 환호성과 함께 뜨거운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강호는 쓰러진 마초 앞에 다가가 주먹을 쳐들었다. 도덕을 잃은 적수에게 날리는 한방을 맛보게 하기 위해서였다. 마초의 얼굴이 질겁한 나머지 사색이 되였고 눈에는공포의 빛이 처절하게 넘쳤다. 마초가 축 늘어진두손을 겨우 들어 손사래를 치며 승복하였다.

“국장님, 제가 졌습니다.”

마초는 눈을 감았다.

철저한 패배였고 승복이였다. 강호는 마초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주석대로 향했다.

 

8

단층집이 오밀조밀한 산기슭에 승용차 한대가 멈춰섰다. 시멘트 길인지 흙길인지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오래된길을 달려온 승용차에는 흙먼지가 뽀얗게 앉았다. 차 안에는 모자를 꾹 눌러쓴 사나이가 핸들을 잡고 있었고 뒤좌석에는 정호가 앉아있었다.

“마음 대로 다니지 말고 여기에서 며칠간 지내시기바랍니다. 생활용품은 전화하면마트에서 배달해드립니다.”

사나이가 무뚜뚝하게 말을 던졌다.

“그리고 여기에 있는 동안에는 이 전화를 쓰십시오. 원래 전화번호랑, 이메일 같은 건 절대 열어보지 말고…”

사나이가 구식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네, 알겠습니다.”

정호가 공손하게 대답하였다.

“저, 존함을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사나이는 들었는지 말았는지 앞만 주시했다.

어서 내리라는 눈치였다.

“방문을 세번 두드리면 문을 열어줄 것입니다.”

정호는 차 속에 앉아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사나이에게허리 굽혀 경례를 올렸다.

사나이는 허리 굽힌 정호를 보지도 않은 채 차를 몰고떠나면서 휴대폰을 꺼냈다.

“완벽하게 바라는 대로 끝냈습니다.”

저쪽에서 남자 녀자를 분간하기 힘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알고 있어요, 멋지더구만요. 아주…”

짧지만 탄성에 가까운 소리가 휴대폰 수화기에 울려퍼졌다.

“약속 대로 넣었구요. 또 보너스로 더 넣었으니까 알아서 찾아가세요”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휴대폰을 끊었다.

사나이는 고속도로에 올라탔다. 차후시경으로 골목길로 사라지는 정호의 모습이 보였다.

코노래 흥얼거리며 속도를 내려던 순간 사나이는 차속도를늦췄다. 정호가 있는 곳으로 향한 승용차 한대를 발견한 것이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사나이는 인츰 차를 돌렸다.

역주행이였다.

달려오는 차들을 미꾸라지처럼 피해가며 쏜살같이 달려갔다.

승용차가 멈춰서있었다.

사나이는 승용차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길을 가로 막았다.

정호가 들어간 집 골목에서 쥐눈처럼 눈이 작고 얼굴이통통한 남자가 뒤를 힐끔힐끔 살펴보며 살금살금 걸어나왔다. 차 앞에 도착한 남자가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차안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나이가 내렸다.

“꼼짝 마!”

사나이가 낮은 목소리지만 강력하게 말했다.

“누, 누구신지요?”

 쥐눈의 남자가 휴대폰을 호주머니에 되넣으면서 얼버무렸다.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사나이가 불시로 쥐눈의 복부에 한주먹 꽂았다.

“퍽!”

쥐눈의 남자가 복부에 구멍이 뚫린 듯 아파하며 앞으로폭 꼬꾸라졌다.

사나이는 쥐눈의 호주머니를 들춰 휴대폰을 꺼냈다.

방금 전화통화를 하려고 했던 수신자 이름을 알기 위해서였다.

셋째형이라고 쓰여있었다.

“셋째형이 누구야?”

“저의 친 형입니다.”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사나이가 쥐눈의 남자의 멱살을 잡아일으켰다.

멱살만 틀어쥐였는데도 당장 숨이 끊길 것만 같았다.

“셋째형이 누구야?”

“저, 저…”

“자식!”

사나이의 손이 또 한번 쥐눈의 복부로 날아갔다.

“아이쿠, 말, 말하겠습니다.”

쥐눈이 부들부들 떨었다.

“장, 장보 형을 가리킵니다.”

“사채를 푸는 장보?”

사나이가 매섭게 쏘아보며 되물었다.

쥐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자식이 보내던?”

“아, 아니…”

말하기가 무서운 듯 쥐눈이 떠듬거렸다.

“얏!”

순간 사나이가 쥐눈의 멱살을 잡아 태를 쳤다.

“아이쿠!”

쥐눈의 사나이가 마치 후줄근한 빨래처럼 땅에 철버덕떨어졌다.

“이름이 뭐니?”

“강, 강표… 제발 살려주십시오, 제, 제발…”

강표가 파리처럼 두손이 닳도록 빌어대며 살려달라고애원했다.

“제대로 말해, 얘가 보냈니?”

“네, 네, 장보 형이 미행하라고 해서,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사나이가 동공이 터질 것만 같은 강표의 두눈을 향해손가락을 세워들었다. 

“한번 더 나타나면 이 손가락으로 눈알을 파버릴 거다. 알겠니?”

강표가 벌벌 떨며 땅에 머리를 조아렸다.

“알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된다는 걸 알지?”

사나이가 강표를 쏘아보며 물었다.

“네. 아, 알구 말구요. 여기에 다녀왔다는 말은 죽어도 안하겠습니다.”

“그리고?”

“아, 네. 일, 일 있으면 꼭 형님에게 먼저 전, 전달하겠습니다.”

강표가 부들부들 떨면서 대답했다.

사나이는 호주머니에서 백원짜리 몇장 꺼내 강표에게던졌다.

“약이나 사먹어라.”

“네. 네. 감사합니다.”

사나이는 강표의 휴대폰을 눌렀다.

셋째형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삑- 하고 신호음 소리가 들리자 사나이는 강표에게 건네주었다.

강표가 수화기를 받아들었다.

“아, 네. 형님, 잘 못 봤습니다. 헛탕 쳤습니다. 네. 네. 열심히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네, 네. 형님.”

저쪽에서는 쌍욕이 흘러나왔고 강표는 땅에 기여들 듯연신 고개만 끄덕였다.

사나이가 떠나려고 차에 오르려다가 돌아서 내렸다.

그는 강표의 휴대폰에 자기의 전화를 입력했다.

“이름은 입력 할 필요 없고, 일 있으면 련락해. 알겠나?”

“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부탁하는 일은 한점 거짓없이 하고…”

“네, 네, 알겠습니다.”

된통 당했던지라 강표는 순순히 응해 나섰다.

사나이는 인츰 차를 돌려 고속도로에 올랐다.

겁에 질려 후들후들 떨고 있는 강표의 모습을 흥미롭게보면서 사나이는 차에 속력을 넣었다.

 

9

이루빠 아빠트단지 안은 봄빛이 가득 넘쳐 안온했다.

계절을 모르고 피여나는 갖가지 화초 때문에 봄인지여름인지를 구분하기 힘들 때가 많다.

남쪽 문은 차량과 행인이 많이 드나들지만 동쪽 문은흔히 아빠트단지 내의 주민들만 리용했다.

상대적으로 한적한 곳으로서 미나는 보통 여기를 리용했다.

얼굴 절반을 가릴 만큼 큰 선글라스를 걸고 채양이긴 모자를 눌러쓴 미나는 9호 아빠트 1단원에 가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문이 열렸다.

누가 봐도 한두번 다녀간 사람이 아니였다.

안과장과의 만남의 시작은 강박이였다.

주회장이 출장간 날 미나는 안과장의 요청으로 자리를함께 하였다. 오래전부터 미나의용모에 반했던 안과장은 미나에게 파상공세를 들이댔고 미나는 술 둬잔에 흠뻑 취했다.

미나는 환각 상태에서 안과장과 발광적인 섹스파티를가졌다. 안과장이 술잔에 흥분제를 탄 걸 모르고 마셨던 것이다. 분명 강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상황이였으나 미나는안과장을 고소하지 못했다.

바로 개도 안 먹는 돈 때문이였다.

무릎을 꿇고 제발 살려달라고 비는 안과장을 그는 용서하기로하였다.

돈 때문에 주회장에게 시집 온 미나로서는 주회장의돈줄을 장악한 안과장이 필요했기 때문이였다.

한번 있으면 두번이 있기 마련이다.

돈이 오가고 리해관계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안과장과미나는 인젠 만나면 자연스레 섹스부터 하는 파트너로 되였다.

미나는 곧추 8층에 올라갔다.

열쇠로 문을 열자 잠옷 바람의 안과장이 시야에 안겨왔다.

건설은행 안과장이였다.

안과장은 유들유들한 배를 잠옷으로 대충 가린 채 다가와미나를 껴안았다.

“보고 싶었어.”

“이러지 말아요.”

미나가 안과장을 가볍게 밀치며 객실에 올라갔다.

“오늘은 이러지 마세요.”

미나가 가볍게 말했다.

“하긴, 그렇지. 알았어.”

안과장도 남편이 죽은 지 얼마 안되는 녀자를 품에안는다는 것이 미안했던지 미나와 조용히 마주 앉았다.

“당신이 부르지 않아도 일이 있어 만나려던 참이였어요.”

미나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데?”

안과장이 되물었다.

“300만원짜리 차용증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요. 저희 남편이 생전에 그냥 말했던 300만원짜리가.”

“300만원짜리? 있을 건데…”

“없어요. 아무리 찾아봐도.”

“왜 없을가? 나도 분명 봤는데… 가방에 넣는 걸.”

안과장이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차용증이 없으면 돈을 못 찾겠지요?”

안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출을 담당한 은행의 요원으로서 안과장은 차용증의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알기로는 주회장이 내놓은 사채 중에서 300만원짜리는 단 한곳 밖에 없어.”

“네? 그랬던가요?”

안과장의 말에 미나의 두눈이 반짝이였다.

“김문수에게 빌려준 것 뿐이야.”

안과장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면서 대답하였다.

“김문수에게 빌려주었소, 제때에 갚지 못할 경우에는 공장부지를 내놓는다는 조건으로…”

“그, 그럼, 그 김문수라는 사람은 어데 있지요?”

미나가 혀바닥이 바짝 말라드는 듯 침을 꿀꺽 삼키면서물었다.

“잠수했어. 빚 재촉을 피해서.”

“잠수했다구요?”

안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채권자가 죽었고 차용증까지 분실되였다는 것은 채무자로말하면 축복이다.

“그런데 말이야, 3만원도 아닌 300만원짜리 차용증이 어떻게 분실될 수 있을가?”

안과장이 고개를 저었다.

“글쎄 말이예요. 얼마나 빈틈없는 분인데…”

미나가 대답했다.

“그럼 인젠 어떻게 하죠?”

미나가 안과장을 초랑초랑한 눈으로 지켜보며 물었다.

“가만, 차용증이 없어졌다는 걸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소?”

안과장이 되물었다.

미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누구도 몰라요.”

“정말이요?”

안과장이 확인하듯 물었다.

“정말 몰라요. 저는 그 사이 누구를 만난 적도 없어요.”

안과장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상념에 잠긴 듯 하더니미나의 볼에 손을 가져다 댔다.

“누구와도 말하지 마오. 절대! 알겠소?”

“말하지 않으면 방법이 생기는가요?”

미나가 안과장의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안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평생 남의 돈을 주물렀소. 별의별 일들을 다 껶었소.”

안과장이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두팔을 벌렸다.

돈을 찾겠으면 안기고 안 찾겠으면 말라는 뜻이였다.

별다른 방책이 없었던 미나는 헤쳐진 잠옷 사이로 유들유들한가슴이 드러난 안과장의 품에 살며시 안겼다. 돈을 찾아 살길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였다. 안과장은 미나를 건뜩 들어 침대로 갔다. 대낮 섹스에 재미를 붙인 안과장이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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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강일 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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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珍藏版] "흉수는 바로 그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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